백수가 된 후 1분기의 삶 + 직접 한 요리 모음
눈 깜짝할 사이 4월이 되어버렸다.
취업 준비는 안 하고 이제까지 뭘 하고 살았나 싶어 지난 1분기를 되돌아 봤다.
1월: 퇴사 후의 일상
라식을 할까 고민이 되어서 안과 검진도 하고, 집 대청소도 하고, 쇼핑도 하고, 실업급여도 신청했다.
작년 말부터 생긴 구순염 때문에 자주 피부과에 방문했고, 친구 집들이랑 이모 전시회를 다녀왔다.
해야만 하는 토익은 신청하고서는 공부를 계속 미뤘고 그게 지금 4월까지 와버렸다^^... 젠장.
1월 첫째 주 ~ 넷째 주 일상 기록 모음▼
2025.01.17 - [리뷰/일상후기] - 1월 첫째 주 소비 결산과 일상 기록
1월 첫째 주 소비 결산과 일상 기록
작년 12월 31일에 퇴사한 뒤 벌써 2주하고 반이 지났다. 시간과 마음이 여유로워지면서 그동안 봉인하고 있었던 소비 욕구를 해제했는데,덕분에 지갑은 안 여유로워지게 되었다는 슬픈 사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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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이번 달은 내가 요리사!
생각보다 구순염이 빨리 낫지 않고, 입술의 주변 부위나 심지어 몸으로 아토피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건 '지금의 생활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몸의 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몸을 위해 여러가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 자는 것도 신경쓰고, 비타민도 챙겨 먹고, 러닝도 했다. 그리고 하나 더! 건강한 요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 시간을 활용해서 요리 경험을 쌓고 싶었다.
항상 주방은 엄마의 영역이었는데, 혼자 집에 있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유롭게 주방에서 요리를 할 수 있었다. 유튜브를 참고하거나 챗지피티에게 물어가며 요리를 했다. 유튜브는 정희원 교수님의 저속노화 레시피를 주로 참고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pofem03yFc&list=PL1-KSAA4et1xBHQY5l7Zfja7Gl8DgiEyR
부끄럽지만 본가에 살면서 서른살 될 때까지 밥 지어본 적도 없었고 할 줄 아는 요리라곤 라면, 계란후라이, 볶음밥 정도였다. 엄마가 해준 뜨신 밥만 먹고 살았다. 그런데 회사에 다닐 때 나보다 훨씬 어린 직원이 도시락을 야무지게 싸온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인상깊었고 나에게 자극이 되었다. 능동적인 그 친구를 보며 '나이먹고 더 부끄러워지기 전에 밥 짓고 요리 해봐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한 생각을 2월에 마음껏 실현했다.
정희원 교수님의 저속노화 레시피 콘텐츠가 참 좋은게, 초보자들이 따라하기 쉬우면서도 건강한 요리 레시피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비건(채식주의자)인 분들이 참고하기 좋은 레시피들도 많다!! '이렇게 간단한데 이렇게 맛있다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리에 자신 없는 나였지만 하나씩 따라해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하다보니 조금씩 늘었다. 그래도 한 달 바짝 해봤자 얼마나 늘었겠는가. 칼질을 따로 배우지 않고 내 마음대로 칼을 다루니 서툴고, 간 맞추는 솜씨도 꽝이라 레시피를 보고 요리해야 하는 수준이다. 반복해서 몇 번 해봤지만 계속해서 까먹는 안타까운 머리통 때문에 이전에 했던 요리를 해도 늘 새롭고 모르겠고 그렇다.
처참히 망하거나 맛은 있지만 비주얼이 너무 개밥처럼 나와 사진을 안 찍은 것도 많다. 위의 두부 샌드위치도 두부를 빵처럼 살짝 바삭하게 굽는게 포인트인데, 좀처럼 잘 되질 않았다. 먹다보니 뭉개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샌드위치가 아닌 그냥 두부랑 야채를 손으로 집어 먹는 사람이 됐다. 또 순두부 카레를 하려고 했으나 대신 집에 남은 하이라이스로 넣어서 해봤는데 내게는 맛이 묘했다. 간을 맞추려고 노력했으나 흠^^... 다행히 동생은 맛있게 먹어줬다.
식재료로 두부, 양배추, 계란, 토마토 등이 들어가는 요리를 많이 했다. 반찬 종류는... 안 만들었다. 간편하게 한 그릇에 먹고 치울 수 있는 요리 위주로 했다. 요리를 하다보니 새삼 엄마와 주부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반찬에, 국에, 밥에... 이 분들도 분명 시작할 땐 나처럼 서툴렀을텐데, 손이 얼마나 빠른지 바로 뚝딱 요리를 해내신다.
난 음식 하나 만드는 것도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린다. 요리 유튜버들을 살펴보며 뭐 먹을지 고민하고, 삼시세끼 요리하고, 설거지 하면 시간이 순식간에 가버린다. 그렇게 지금 4월까지 와버렸다^^...
요리하면 좋은 점이 가족들과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고, 대화거리가 좀 더 많아진다는 것! 엄마에게 요리 비법을 물어보고, 조언을 들으면서 '요리'라는 주제로 더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대화를 통해 각자 어떤 스타일의 음식을 선호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또 요리를 하면서 재밌는 건 재료마다 지닌 특성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한 번은 처음으로 순두부 찌개를 해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물이 많은 순두부의 특성을 잘 모른 채 된장찌개 하듯이 물을 맞췄더니 간이 밍밍해졌다. 그리고 순두부를 깔끔하게 자르는 방법을 몰랐어서 다 으깨진 상태의 순두부 찌개를 만들어버렸다. NOooOoo,,, 이건 내가 원하는 순두부 찌개가 아니야ㅠ.ㅠ 순두부의 특성에 대해 알게된 후 다음 날 다시 순두부찌개를 시도하니 성공적이었다. 얼마나 뿌듯하던지.
요리 뿐만 아니라 유튜브 '믹스커피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바리스타만의 방법' 영상도 참고해서 엄마랑 동생에게 색다른 커피를 맛 보여주기도 했다. 실험정신으로 이것저것 새로운 것들을 선보이니 가족들도 호기심을 보이고 즐거워했다. 실패할 땐 좀 맛 없는 걸 먹이는 것 같아 미안하고 냉정한 평가에 시무룩해지긴 하지만, 이게 다 추억이 되고 결국 즐거움으로 가는 과정인 듯하다.
이제껏 가장 많이 요리한 음식은 토마토 계란 볶음밥이었다. 간단하고 건강하면서도, 내 입맛에 정말 맛있었기 때문이다. 재료는 올리브유, 계란, 토마토, 밥, 굴 소스, 마늘, 후추만 있으면 끝! 토마토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남은 재료들을 이용해 서로 볶아주기만 하면 된다. 아직 요리 똥손이라 볶음밥의 고슬고슬한 식감이 안 나오고 밥이 자꾸 진득해지는데 그럼에도 맛있었다.
이걸 응용해서 파스타 버전으로도 해봤다. 토마토 알리오 올리오! 굴소스 대신 치킨스톡을 넣고, 청양고추를 추가해서 만들었는데 나름 괜찮았다. 다만 치킨 스톡을 잘못 부어버리는 바람에, 간을 맞춘다고 면수도 많이 부었는데 면을 건져서 먹고 나니 스프 마냥 국물이 남아있었다. 어? 오히려 좋아! 야무지게 밥 말아 먹기^-^v 괴식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뭔가 따뜻하고 꿀떡꿀떡 넘어가는게 나에게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2월에는 정말 야무지게 만들어 먹었다!
3월 : 새 취미 타로, 그리고 혼자 서울 여행
3월이 되어도 구순염은 낫지 않았다.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약을 먹고 끊고를 반복하다보니 염증 범위는 점점 더 커지고... 지속되는 구순염 때문에 불편하고 자신감이 떨어져 외출은 삼가하고 2월에 집안일과 요리에 충실했던 것처럼, 3월에도 집에서 할 것들을 찾아 다녔다. 그러다 타로 유튜브를 보게 되었고 우유부단한 내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는 사람들과 소통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냅다 타로 카드와 타로에 관련된 영어 원서를 샀다.
초반엔 의지를 갖고 공부를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78장의 카드의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도 그렇고, 카드 리딩 실력도 처참했다. 하다보니 좀 현타가 왔다. 내가 카드나 뒤집을 때인가?
사실 3월이 다가오니 불안해서 타로를 배우려고 했던 것도 있었다. 이 카드가 나에게 인생의 답을 알려주지 않을까? 답은 아니더라도 조금의 힌트라도 알려주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이제는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난 뭘 업으로 삼아야 할까? 카드에게 묻고 카드를 보아도, 초보자의 실력으로는 읽히지도 않을 뿐더러 앉아서 고민해봤자 답이 안 나올건 뻔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답답한 마음에 생애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서울로!
2025.04.02 - [여행/국내여행] - 2박 3일 혼자 서울 여행 (1) 용산
2박 3일 혼자 서울 여행 (1) 용산
250327 30년 인생에 처음으로 나홀로 여행을 계획했다.출발할 땐 혼자 가더라도 꼭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숙소에 묵곤 했었는데이번에 오로지 혼자만을 위한 숙소를 예약했다. 요즘 계속해서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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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끝에서 책을 만나게 되었고, 그 덕에 난 불안할 때 항상 책으로 도피한 다음 거기서 동기부여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많이 읽고 있다. 4월은 나에게 있어 책의 달이 될 것 같다. 책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요즘 블로그를 열심히 쓰는 것도 그 영향 덕이다! 취업의 의지가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책이 아니라 그냥 발등에 불 떨어져서 그런가? 헷...^-^ 아무쪼록 4월은 열심히 움직이고, 도전하고, 활동하는 달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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