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혼자 서울 여행 (1) 용산
250327
30년 인생에 처음으로 나홀로 여행을 계획했다.
출발할 땐 혼자 가더라도 꼭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숙소에 묵곤 했었는데
이번에 오로지 혼자만을 위한 숙소를 예약했다.
요즘 계속해서 온전히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커져 떠난 여행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금 더 나를 잘 모르겠다.
어렸을 때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 확고했고, 열정이 있었다.
그런데 상황에 맞춰 하나둘씩 포기하게 되고, 목표없이 되는대로 살다보니
어느 순간 길 잃은 바보가 되어있었다. 나를 알아가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행을 계획하기 전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책을 읽곤 하는데, ebook으로 여러 여행책을 읽고 여행지를 정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주말토리' 등의 여행 사이트를 참고하기도 하였다.
결론은! 친구들이 살고 뚜벅이가 여행가기 좋은 서울로 여행지를 정했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친구들의 거주지 근처로 숙소를 예약해서 그 근방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첫째날은 용산에서 시간을 보냈다.
1. 점심: 능동미나리 (추천★★★★★)


미슐랭(Michelin)이라는 말은 이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하셨던 안성재 셰프님의 식당 <모수>가 2023년에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사실이 큰 화제를 모았기 때문이다. 즉, <모수>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레스토랑 중 하나로 평가받은 셈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1926년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 회사인 미슐랭이 만든 세계적인 레스토랑 및 호텔 평가 시스템으로, 별을 통해 레스토랑의 품질을 평가한다.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은 고유의 기준에 맞춰 품질과 서비스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는다.
미슐랭 레스토랑은 대체로 품질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높기 때문에 가격대가 비싼편이다. 미슐랭 식당에 호기심이 많지만 이런 곳들을 방문하기에 내 지갑은 매우 얄팍해서, 대신 2025년에 빕구르망 식당으로 선정된 <능동미나리>를 찾아갔다.
빕구르망(Bib Gourmand)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주는 또 다른 상으로, 맛있고 품질 좋은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레스토랑에 수여된다. 참고로 빕구르망은 미슐랭 가이드의 마스코트인 '빕(Bib)'과 '구르망(=미식가)'을 합친 단어로, 미식가들이 좋아할 만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을 의미한다.
[2025 한국 빕구르망(서울&부산) 식당 77곳 지도▼]
미쉐린 레스토랑 - 미쉐린 가이드
미쉐린 가이드에서 미쉐린 등급을 받은 모든 레스토랑을 찾아보세요. 온라인에서 레스토랑 이용 후기와 유용한 정보들을 볼 수 있습니다.
guide.michelin.com

평일에 12시 반쯤에 도착해서 테이블링 예약을 하고, 30분 넘게 웨이팅을 했다. 대표메뉴인 능동미나리곰탕과 능동육회비빔밥 중에서 고민하다가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고소한 참기름과 간장이 섞인 소스와 향긋한 미나리의 향이 확 입 안으로 퍼지는데, 첫 입부터 기분이 좋았다. 신선한 육회와 미나리가 내 입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ㅋㅋㅋㅋㅋ 이 식당을 여행의 첫 식당으로 선택한 게 얼마나 뿌듯했는지! 참 좋은 선택이었고 먹는 동안 행복했다.
2. 블루엘리펀트 신용산


요즘 새로운 안경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들린 블루엘리펀트! 가격대가 합리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안경과 선글라스를 팔고 있었다. 직원의 간섭없이 편하게 이것 저것 써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얼굴에 잘 어울리는 안경은 찾지 못했다. 그나마 스탠(STAN) 선글라스가 잘 어울렸다. 나처럼 얼굴 옆 여백이 넓고 각진 하관을 가져 선글라스가 어울리기 힘든 분들께 스탠 제품을 추천드린다.
3. 국립중앙박물관


책 '남은건 사진 뿐일지도 몰라'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실물이 궁금했는데 매우 크고 넓어서 놀랐다.


건물 외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재밌는데 안에는 얼마나 더 흥미진진할까! 둘러보기 전에 백팩을 내려 놓으려 상설전시관 내 짐 보관함을 이용했다. 짐 보관함 옆에 바로 뮤지엄샵이 있어서 굿즈 먼저 구경했다.
뮤지엄샵


문구류에서부터 인테리어 소품, 패션 소품 등 정말 종류가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행객들은 저마다 신중한 표정으로 물건을 살펴보고 있었다. 특히 외국인 분들은 꼭 물건 하나씩은 손에 쥐고 있었다. 온라인으로라도 구경하고 싶다면 뮷즈 사이트로 고고!
https://www.museumshop.or.kr/kor/product/product_li.do?str_bcode=003000000#;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뮷즈는 국립박물관 문화재를 누구나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합니다.
www.museumshop.or.kr


국립중앙박물관은 너무 커서 하루만에 다 돌아다닐 수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전문해설사나 자원봉사자가 하는 약 1시간의 대표유물해설을 듣기로 했다. 전시관 별로 다양한 해설코스가 있지만 아무래도 처음이다보니 핵심을 짚어주는 대표유물해설을 듣는게 좋겠다 싶었다. 시간에 맞춰 상실전시관 1층 대한제국관 앞으로 향했다.
예약 없이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정기해설 시간▼
https://www.museum.go.kr/MUSEUM/contents/M0102010100.do
Home
국립중앙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www.museum.go.kr
대표유물해설


자원봉사자분을 따라가면서 설명을 들었다. 소요시간은 1시간이지만 건물이 워낙 넓어서 전시관 사이를 바쁘게 걸어가야하고 1층뿐만 아니라 2층, 3층까지 올라가니 정말 바빴다ㅋㅋㅋㅋㅋㅋㅋ 하나의 해설이 끝나면 빠른 걸음걸이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하니 절대 구두나 힐을 신고 듣지 마시길 바란다.


빡세긴 했지만 확실히 내가 그냥 봤으면 모를 법한 디테일과 사실을 설명해주셔서 보는게 더 재밌었다. 나는 화려하게 반짝이는 신라의 금관에 매료되었는데, 특히 금관에 달려있는 푸른 곡옥이 태아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당시 신라 왕족의 자손이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아래 금제 허리띠에는 여러 모양의 금 장식들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는데 보면서 문득 요즘의 키링이 떠올랐다.


최근 크리스티 미국 뉴욕 경매에서 조선 백자 달항아리가 한화 약 41억에 판매되었다는 설명에는 깜짝 놀랐다. 당시 음식 저장용으로 사용되었던 민무늬의 백색의 도자가, 지금의 시대에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니! 순수하고 단순함이 주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외규장각 의궤를 품고있는 서화관에는 디지털 서고가 있었는데 정말 신기했다. 책에 빔이 쏴져있고, 책장을 넘기면 내용이 바뀐다. 책을 사람들이 많이 만져서 너덜너덜 해졌을 법도 한데, 책의 한지는 매우 탄탄했고 질감이 너무 좋았다.
또 전시 형식의 발전과 다양성을 느꼈던 곳은, 조각공예관 3층의 청자실과 금속 공예실 사이에 위치한 '공간_사이' 라는 곳이었다. 앉아서 외부의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성덕대왕신종>의 웅장한 소리를 입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 처음엔 큰 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힐링되는 기분을 느꼈다. 숨은 공간이라 사람들이 잘 모를법 한데, 해설사님이 최근에 생긴 공간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알게되었다.
해설사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박물관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해설사님이 이 수많은 작품들을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 넓은 공간을 혼자 다녔으면 막막하고 쉽게 지쳤을 것이다.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또 해설을 듣고 싶다! 워낙 커서 여러 번 방문해도 계속 새로울 것 같다.
사유의 방


해설이 끝나고는 모두 각자 보고 싶은 곳으로 흩어졌다. 나는 사유의 방을 찾아갔다.
어둡고 긴 통로를 지나가는데, 앞이 잘 안 보여서 그런건지 순간 내 발이 땅을 딛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아찔했다. 통로를 지나니 반가사유상 두 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360도로 관람이 가능하여 그 뒷모습도 구경하였다. 은은한 미소와 편안한 자세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그렇게 몇 군데를 더 돌아다니다가 지쳐서 한참을 앉아서 쉬었다. 국중박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장소가 정말 많다! 연세가 많으신 노인분들도 꽤 있었는데, 소파에서 잠든 분도 보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그럴만한 곳이다 여기는... 역사 덕후 + 건축물과 공간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정말 천국일 것이다.

4. 용산가족공원
짐을 찾고 박물관을 나와 용산가족공원으로 걸어갔다.

여행을 가면 왜 그렇게도 공원이 가고 싶을까?
용산가족공원은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으면서도 넓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5. 한강초교보도육교

음식점이 많은 곳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한강초교보도육교 앞 포케올데이 용산역점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 후 한강초교보도육교를 올라갔다. 남산타워와 서울의 도시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출사지로 유명하다.
사진 찍기가 취미이신 분들은 들리면 좋을 코스!

그리고 걸어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 와 <나의 완벽한 비서> 촬영지인 한강로동 땡땡거리로 향했다.


커플 사진을 찍고 있는 촬영팀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나온 풍경처럼 느낌있는 사진이 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왠지 다 뿌듯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째날 여행을 하면서, 난 그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느꼈다. 꼭 어디에 입장하거나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발 닿는대로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풍경을 사진에 담아내는 것이 좋았다. 어릴 적에 엄마가 사진을 배울 때, 내 손을 잡고 이 곳 저 곳 사진을 찍으러 다녔던 게 내게도 영향을 미친걸까? 더 나이가 들면 나중에 엄마처럼 사진을 배워서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메고 다니며 세상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점점 어둡고 추워진다. 숙소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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