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2015)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보면 필히 지치는 순간이 온다.
막 달리기 시작할 때는 나름 버틸만하고 괜찮았는데 오래 달리다보면 숨도 가빠오고, 몸도 무거워지고, 눈 앞이 흐릿해진다.
'정말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면서 불안하고 초조한 요즘이라면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를 추천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117분의 영화는 기억 속에서 흐릿해져가던 목표를 상기시켜주며, 뭐든 포기하고 싶었던 당신의 마음을 다잡아줄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줄거리
초등학교 시절 왕따였던 쿠도 사야카(아리무라 카스미)는 메이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메이란 중학교는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연결되어 입시준비가 필요 없는 곳이다. 사야카는 중학교에서 새로 사귀게 된 친구들과 노는 것에 푹 빠져 공부와 학교생활은 등한시한다. 결국 고등학교 진학 후, 성적이 가장 낮은 반을 배정받고 담임선생님(야스다 켄)께는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그러든 말든 친구들과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던 도중, 책가방에 담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선생님께 걸린다. 누구랑 같이 담배를 피웠는지 이실직고하면, 퇴학처리를 면하게 해주겠다는 선생님의 제안을 사야카는 거절한다. 혼자 무기한 정학 처분을 받게된 사야카에게 엄마(요시다 요)가 세이호 입시 준비학원의 팜플렛을 내밀며 다른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학원에 가보자는 제안을 한다.
처음 가 본 학원에서 사야카는 간단한 시험을 치게 된다. 점수는 빵점. 하지만 어떤 문제도 빈칸으로 두지 않은 사야카의 적극적인 자세를 츠보타 선생님(이토 아츠시)이 칭찬한다. 사야카는 선생님으로부터의 칭찬이 낯설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먼저 가고 싶은 대학부터 정하자고 얘기하는 츠보타 선생님의 말에, 사야카가 정한 학교는 일본 사립 명문대인 게이오 대학교. 이유는 잘생긴 오빠들이 많을 것 같아서.
동서남북도 모르는 그녀가 게이오 대학교를 목표로 한다니. 그녀의 아빠(다나카 테츠키)는 코웃음을 친다. 그녀같이 불량한 애가 게이오에 입학하는건 사기란다. 담임선생님도 비웃는 건 마찬가지. 그녀가 게이오 대학교에 붙으면 발가벗고 운동장을 돌겠다고 한다. 남동생에게만 관심을 쏟는 아빠와 얄미운 담임선생님의 말이 그녀를 꿈틀거리게 만든다.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상식의 전교 꼴찌 사야카.
그녀는 주위의 편견과 자신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말했던 목표를 1년 안에 이뤄낼 수 있을까?
후기
영화를 보면서 든 첫번째 생각은 '부럽다'.
나도 수험생일때 츠보타 선생님이나 사야카의 어머니 같이 나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어른을 만났다면, 내 수험 시절은 조금 달랐을까? 중요한 순간에 좋은 어른들을 만나 자신의 한계를 깬 경험을 해본 사야카가 정말 부럽다.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서 더 부럽다.
사야카가 열심히 공부를 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친구들도 그녀가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그것도 참 인상깊었다. 사야카의 인복이 부럽다. 좋은 엄마,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건 정말이지 최고의 행운이고 행복이다.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자신도 엄청난 노력을 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10대에 츠보키 선생님을 못 만나 아쉽지만, 이제는 어른이 된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츠보키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할 줄 아는 어른. 또,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심어주고 용기를 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또 내 자신에게는 사야카의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게 힘든 상황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흔들림없이 스스로를 믿어주고 싶다.
전반적으로 내용은 예측이 쉽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화이지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충분히 감동적이고 인상깊었다. '따뜻한 응원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작은 변화가 큰 기적을 만들어낸다'.
상처받기 싫어서 목표를 낮추는 거야? 아니면 그냥 놀고 싶은 거야? 자고 싶은 거야? 지금이말로 힘내야 할 때인거 몰라? 목표를 낮추면 점점 낮은 곳으로 흘러갈 뿐이야!
영화 초반의 사야카와 지금의 나는 닮은 점이 많다. "내 인생이 그렇지, 뭐"를 입에 달고 살며 아무런 목표 없이 방황하고, 즐거운 것만 하려고 했다. 사실 어떤 목표를 정하게 되면 그걸 이루는 과정이 힘들고 귀찮고, 마음잡고 노력한다 하더라도 못 이룰까봐 두려웠다. 그렇게 내 자신과 타인이 나의 한계를 단정짓도록 내버려뒀다. 그 결과, 열심히 산 친구들과 게으른 나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친구들이 밖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본인의 길을 개척할 때, 나는 집으로 점점 숨었다. 못난 나를 누군가에게 보이는 게 싫었다.
영화의 명대사들을 들으니 이 상태로 계속 머물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에서 시험을 치고 본인의 수준을 파악한 후, 초등학교 공부부터 차근차근했던 사야카처럼 나도 내 객관적인 수준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움직일 때이다. 나이에 비해 한참 부족한 내 수준에 실망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 위치를 인정하고 오래 걸리더라도 겁내지말고 한 발씩 내딛어야 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오로지 내 도약을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또 다시 무서워 도망가고 싶어질 땐, 츠보타 선생님이 사야카에게 써줬던 편지 내용을 떠올리자.
혹시 가장 큰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침울해질지라도 큰 목표에 도전했던 경험은 분명 미래에 너한테 큰 힘이 될 거야. 그러니 넌 여전히 당당한 모습으로 똑바로 거침없이 나아가길 바란다. 주변에서 아무리 안된다고 해도 거침없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강함이나 어떤 수치도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강함이 나에겐 너무 눈부셨어. 네가 열심히 노력하던 모습이 오히려 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꿨을 지도 몰라.
넌 더 커서도 분명 이런 자세로 살아갈 것이라 생각해. 비록 좌절을 맛본다 하더라도 끊임 없이 여러가지 일에 도전할 거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이런 말이 있지. 난 이 말을 굳게 믿을 뿐더러 그렇게 살아갈거야.
이 영화가 당신에게도 작은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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