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PARASITE, 2019)
190620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라길래, 궁금해져서 어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의 디테일한 연출을 보면서 왜 황금종려상을 받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 중에서 내가 본 작품은 <괴물>과 <설국열차>인데, 보면서 충격과 신선함을 느꼈고 영화 끝나고도 여운이 오래 남았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 작품 <기생충>도 마찬가지였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고 영화를 본 날 하루종일, 그리고 하루 지난 지금도 계속 생각이 난다. 관중들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게끔,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작가적, 연출적 능력을 가진 봉준호 감독에게 존경을 표하며 영화 <기생충>에 관한 개인적인 후기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시놉시스
기택(송강호)의 가족은 안에선 곱등이와 바퀴벌레가 나오고, 창문 밖으로는 취객이 노상방뇨하는 모습이 보이는 반지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공유기가 없어 집에서도 근처 건물의 와이파이를 잡아서 핸드폰을 쓸 정도로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아주 적은 게 그들의 삶이다. 거기다 가족 모두 백수라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사이는 좋다.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삶을 살던 중,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박서준)가 자신이 교환학생을 가있는 동안 자신이 하고 있던 고액의 과외 자리를 대신 맡아달라며 부탁한다. 재수만 4년 동안 한 기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동생 기정(박소담)이 만들어준 위조 문서로 고학력자로 신분을 속이고,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글로벌 IT 기업에서 일하는 CEO인 박사장(이선균)의 집으로 향한다. 가정부(이정은)가 기우를 집으로 들여보내면서, 그리고 박사장의 사모(조여정)이 그를 맞이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다. 그런 비극이 일어날 줄은.
리뷰
공생인가, 상생인가, 기생인가?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의 탄생을 생각해보면 쉽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주위에 도움을 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면 아이는 바로 죽게 된다. 남들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 그럼 커서는 혼자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서로 도울 때 다 같이 살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공생과 상생으로 이루어진 삶이 아닌 '기생'에 가까운 삶을 보여준다.
현실은 가진 것들로 숙주가 되는지 기생이 되는 지 구분된다. 박사장 네가 주는 돈을 받으며 살아가는 문광 부부, 기택 가족은 기생하는 존재로, 돈을 주는 박사장 네는 숙주로 비춰진다. 사실은 박사장 가족들도 고용인들의 노동력으로 삶을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똑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그들의 존재 가치를 정한다.
가진 자인 박사장은 문광 남편이 그에게 말하듯 "Respect"를 받는 존재이지만 '기생'을 한다고 여겨지고 낙인되어지는 부류는 어떤 존엄한 존재라기보다는 '숙주'들에게는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물건과도 같다. 기생충들이 돈을 주는 자신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화 후반부에 박사장이 운전기사인 기택을 불러 자신의 아들, 다송의 생일파티를 위해 인디언처럼 행동하라고 하면서 '돈 더 줄테니까, 좋게 생각하고 내가 시키는대로 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존재 가치가 무너진 하층민들은 좌절하고 열등감에 빠지게 된다. 이들은 결국 '기생충'이 되기를 본인도 자처하게 되고 그 분노를 '기생충'들끼리 아등바등 싸우면서 표출한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서 서로 급을 나누며 내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이는 문광과 충숙의 대화에서 함축적으로 나타난다.
"같이 돕고 살아야죠, 불우 이웃끼리"
"우린 불우이웃 아닌데?"
결국 서로를 상생과 공생의 존재로 여기지 않는 이러한 구조는 결말처럼 모두에게 비극이 된다.
그리고 기택은 또 다시 남에게 기생하기를 선택하며 죽음을 기다린다.
돈으로 발생한 계급 구조는 쉽사리 뒤바뀔 수는 없는게 현실이다. 보편적으로 부자는 부자를 낳고, 가난은 가난을 낳는다. 하지만 우리는 물질적인 것의 유무로 인간의 존재가치가 정해지고 그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현실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느꼈다.
키워드
수석
아는 사람들만 알아본다는 수석. 부자들은 죽은 돌에 희망과 부를 불러온다느니 하는 의미를 붙이며
비싼 값에 사고 팔고 하지만 충숙은 기우의 친구가 들고 온 수석을 보며, 차라리 먹을 걸 주지, 라고 말한다.
현실에 쪼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비싼 거 말고는 어디에 쓸 데가 없는 실용적이지 않은 물건이다.
하지만 기우는 놓고 싶지 않아 한다. 상류층의 전유물 같은 수석은
기우에게 달라붙는 무거운 현실의 부담이자, 놓고 싶지 않은 욕망이다.
하지만 기우는 소중하게 가졌던 수석을 놓치게 되고 오히려 그걸로 머리를 맞아 쓰러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수석을 희망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을 나타낸다고 해석했다.
장면에 대한 해석
1. 관계씬
부부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씬.
누구보다 선을 지키길 원하는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하는 대화는 가관이다.
"그 팬티 있으면 더 흥분될 것 같은데"
"마약 사줘"
고고한 '척' 행동하지만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하는 그들의 대화나 몸짓은
결국엔 그들도 가진 것만 다를 뿐 별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보여준다. (지하실의 콘돔과 대칭)
그리고 밝았을 땐 팬티를 위생장갑으로 집어 올린다던지 하면서 경멸했던 것들을
어둠속에서는 찾는 모순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2. 결말
기우는 사건이 일어나고서도 다시 그 집을 찾아가서 멀리서 지켜본다.
신분상승의 욕망이 그 누구보다 강했던 기우이기에, 여전히 미련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돈을 벌어서 집을 사는 근본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하지만,
그것은 기우의 상상일 뿐 결국 그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뜻한다.
(복선 - 기택의 대사 : 세상을 살 때는 무계획으로 살아야 한다. 어차피 세상이 내 뜻대로 안되니까.)
기우가 쓴 전해지지 않는 편지의 답장도 같은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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