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박 12일 친구와 동유럽 여행 (5) 프라하에서의 마지막날

 

180716 

 

1. 구시가 광장

 

부패한 성당을 맹렬히 비판하고 면죄부 판매를 비난했던 종교개혁가 얀 후스의 동상이 광장 한가운데에 있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비눗방울이 이 광장을 더욱 더 동화같은 곳으로 만든다.

 

구 시청사의 천문시계. 당시에는 공사중이라 사도들의 행진을 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동상이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아버리는 신기한 퍼포먼스!

 

친구가 체코가면 꼭 먹어보자 했던 뜨레들로! 양이 엄청 많고 달아서 친구는 좀 힘들어했다ㅋㅋㅋㅋ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본 강아지와 화약탑. 전망대는 오늘도 패스.

 

카렐대학교의 다른 건물

 

해외탐방을 마치고 나서 기간 내에 프로젝트 결과 영상을 학교에 제출해야 했다. 우리는 영상 컨셉을 명탐정 코난으로 잡았다. 그래서 여행 중에 이동하면서 여유가 있을 때 마다 명탐정 코난의 오프닝에 나오는 춤을 찍고 찍은 영상들을 나중에 이어 붙이기로 했었다. 우린 카렐대학교 앞에서 춤추는 영상을 하나 찍기로 했다. 카렐대학교 앞에서 코난 오프닝을 들으며 춤을 춘 건 우리 뿐일거야... 

 

이제 명탐정 코난 오프닝 ost만 들으면 유럽여행 갔던 게 생각이 난다....

 

2. 점심식사 in Kolkovna Celnice

 

콜코브나 첼니체 음식점. 대표 음식으로는 코젤다크 흑맥주, 콜레뇨, 슈니첼, 윙봉이 있다.

 

꼴레뇨와 샐러드. 콜라와 흑맥주.

 

콜코브나 첼니체 후기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얘기가 있어 걱정했는데 우리를 대해주시는 직원분은 아주 친절했다!

문제는 음식인데... 유명한 맛집이어서 기대했으나 맛은 기대에 못 미쳤다. 꼴레뇨가 족발을 통째로 튀긴 음식이라 그런지 좀 느끼했다. 특히 한식파이자 한식러버인 내 친구는 꼴레뇨를 한 입, 두 입 먹고 금방 속이 더부룩해짐을 느껴서 조금만 먹다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나는 그럭저럭 먹었는데, 좀 질겨서 먹기가 힘들었다. 사람도 많은 유명한 식당인 걸 보면 아마 다른 메뉴는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식당의 문제이기보단 꼴레뇨가 우리에게 안 맞았던걸 수도 있겠다. 

 

3. 존레논벽

 

존 레논 벽에 가기 위하여 트램을 기다려본다.

 

광대에서 느껴지는 첫 트램 탑승의 기쁨

 

당시에는 소매치기 조심한다고 들고다니는 가방마다 자물쇠 걸어놓고 이랬는데...

지금 사진으로 다시 보니 너무 유난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 부끄러워진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동유럽 여행 하면서 저렇게 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던 거 같다ㅎㅎ...

 

Malostranske Namesti 역에 도착!

 

길을 안내하거라 친구여. 친구는 총무, 길찾기, 사진 담당. 나는 영어와 영상, 그리고 친구 뒤꽁무니 쫄래쫄래 담당. 헤헷.

 

존 레논벽은 체코가 공산주의였던 시절, 젊은이들이 자유와 평화를 꿈꾸고 새긴 벽으로 유명하다.

 

세대가 바뀌어도 존 레넌벽에는 계속해서 자유와 평화의 그래피티가 그려진다.

 

전 세대의 소망이 겹겹이 쌓인 벽이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나와 내 친구,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이들의 삶에 자유와 평화가 깃들기를!

 

4. 캄파섬(캄파공원)

 

캄파섬으로 가는 길이 한적하고 예뻐서 또 명탐정 코난 춤을 췄다. 부실한 삼각대에 핸드폰 설치해놓고 열심히 춤 췄던 기억...

 

지나가던 아저씨들이 잠시 멈춰서서 우리가 춤추고 영상 찍는 걸 봤다. 웃으며 박수 쳐주셨다... 땡큐. 졸지에 댄스 버스킹잼;

 

부끄러워하며 캄파섬으로 도망쳐보자. 와, 캄파섬... 정말 좋다. 어떤 잡생각도 나지않게 해주는 여유로운 곳.

 

우리는 벤치에 앉아 블타바강의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사람들도, 풍경도, 내 마음도 모두가 평화롭다.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니, 프라하의 풍경이 눈에서 마음으로 스며든다.

 

나는 태어나기를 겁이 많고 예민한 아이였다.

엄마가 말하기를 어릴 적의 나는 환경이 조금만 낯설어도, 아니 그냥 뭐만 하면 마구 울어댔다고 한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겁이 많고, 그래서 걱정도 많다. 늘 걱정을 하고, 늘 몸과 마음이 시름시름 앓는다. 여행 같이 다니는 친구가 나보고 걱정 좀 그만하라고 매번 얘기했으니 말 다했다. 

 

캄파섬에서 프라하의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그 순간만큼은 어떤 걱정도 떠오르지 않았고, 마음이 충만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허둥대다가도 한 발짝만 뒤로 가서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면 여유를 찾을 수 있을텐데. 그 한 발짝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실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한 발짝 뒤로 물러가지 못하는 내 마음이 늘 문제였던 거 같다. 내 마음인데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면서 뭐든지 어렵게 생각했다. 

 

하늘과 자연을 바라볼 수 있고, 햇빛과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고 행복이다.

 

이 여행 덕분에 내 오랜 고질병인 걱정하기를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매번 생겨나는 걱정거리에 하루종일 매달려서 답을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아무 생각없이 가만히 있는게 때로는 답일 수도 있다. 한참동안 머리를 식히고 있다보면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니 말이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조금은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근처에 있는 벨라 비다 카페(Bella Vida Cafe)로 향했다.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카페 분위기도 좋았던 카페.

 

카페라떼가 정말 맛있었다. 체코의 전통 디저트인 팔라친키(Palacinky)는 매우 달짝지근한 크레페, 크레이프 같은 느낌이었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 디저트를 먹으며 바라본 풍경

 

이 때까지는 여유로웠다. 그런데 카페를 나와 밖에 돌아다니는 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트램을 탈 표를 사야 하는데 어디서 사야할지 멘붕이 왔다. 자동 판매기도 없고... 그래서 근처 건물들을 기웃거리다가 교통권을 판매하는 마트를 발견했다. 사서 얼른 탑승! 숙소로 꼬고~

 

(이제는 트램 안에 카드 결제만 가능한 교통권 판매기가 생겼다고 한다. 교통권이 없다고 멘붕하는 사람들은 없겠다. 발전하는 프라하 아주 칭찬해b) 

 

5.  저녁 식사 at 밥 ryze 

 

숙소에서 쉬다가 민박집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한식당 <밥리제>로 꼬고!

 

김치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시킨 메뉴. 김치찌개 & 김치볶음밥. 맛있다ㅠㅠㅠㅠㅠ 한식 최고야!!!

 

느끼하고 달짝지근한 음식들 위주로 먹다가 한식을 먹으니 을~매나 기쁘게요?

내 친구는 김치가 그녀의 소울푸드라 거의 매일 김치를 챙겨먹는 김치 요정인데, 여기서 밥 먹으면서 너무 행복해했다. 내가 다 흐뭇했다. 나 역시 한식을 먹으니 배도 마음도 편안하고 든든해진 느낌이 들었다.

 

저녁도 한식으로 든든하게 먹었겠다, 다음 날 조식도 한식일 예정이니 내일 체스키크롬로프로 갈 때 더 힘낼 수 있겠구만. 

 

체스키크롬로프 딱 기다려. 언니들 간다! 커밍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