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현장실습 신청 및 면접 후기
대학교 마지막 학기는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전공학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어 된다면 추가학기 없이 졸업이 가능한 교내 현장실습을 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회사에서는 그닥 반기지 않는 비상경 문과생이고, 그렇기에 후에 취업을 생각하면 회사 경험을 해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느껴졌다.
자기소개서
현장실습은 학생들이 거의 지원하지 않아 무리없이 뽑힌다고 하지만 나는 성의를 다해 자기소개서를 써내려갔다. 휴학 후에 자소서를 쓰는 것이 오랜만이라 쓰는데 한참 걸렸다. 거기다 자유양식이니 오히려 더 자소서를 어떻게 써야하는 지 막막했다. 나는 회사의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회사의 이념, 인재상, 그리고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 등을 파악했다. 그리고 회사가 주력하는 산업의 현황을 담은 기사들을 읽어보았다. 그러니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조금씩 왔다. 나는 왜 이 회사와 직무를 선택했는지, 왜 나를 뽑아야 하는 지를 차례대로 써내려갔다. 마지막에는 현재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가 가진 위기와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입사 후 포부를 담아냈다. 소제목을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분량 때문에 쓰진 않았다. 자소서는 최대 1000자까지 가능했는데, 나는 1000자 가까이 내 이야기를 담아냈다. 수정하고, 검토하고, 또 검토한 뒤 제출했다.
교수추천서
나는 지도교수님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착각은 아니겠지... 나는 지도교수님이 학생들을 대하시는 태도, 진행하시는 수업방식이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늘 이 교수님의 수업만큼은 열심히 집중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이 나의 지도교수인 것은 행운이다.
1년 휴학 후 교수님께 처음 보내는 메일이었다. 내가 지원하는 회사와 부서, 그리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한 설명을 메일에 간략히 담았다. 그리고 추천서를 부탁드려도 되는지 메일로 여쭈어보았다. 교수님은 현장실습 추천서 양식에 맞춰 자신이 썼으면 하는 것들을 간략히 양식서에 써서 메일로 보내 달라고 하셨다. 나는 내 경험, 내 강점 등에 대해 아주 간략히 써서 보냈다. 교수님의 답장은 곧장 왔다. 파일을 열고 읽는데.... 추천서 보고 감동받을 줄은 몰랐다. 내가 기억하지 않는 나에 대한 것들을 덧붙여 길고 긍정적으로 써주셨는데 정말 감사했다. 내가 의미있는 사람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서류 제출
현장실습 동의서와 교수추천서를 들고 과 행정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현장실습과 관련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누가보면 현장실습 붙은 사람인 줄ㅋ. 그렇게 자소서를 제출한 지 이틀 뒤, 회사 측에서 저녁 6시경에 문자가 왔다. 내일 면접을 볼 수 있겠냐는 거다. 시간이 안 되면 되는 시간을 알려 달라고 했다. 면접 준비도 안 했는데 너무 갑작스러우니 미룰까 하다가 어차피 내일 시간도 비니 그냥 하자고 마음 먹었다. 내일 면접이 가능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면접
항상 편하고 캐주얼하게 입고 다니는 나에게 정장 따윈 없었다. 면접 복장을 준비해가지 못했다. 그나마 면접 복장에 가깝도록 애를 썼다. 무늬없이 찰랑이는 흰 블라우스와 검정색 슬랙스를 입고 흰 운동화를 신었다. 면접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미리 면접복을 준비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나를 제외한 면접자들은 남녀 상관없이 모두 정장느낌으로 차려입고 왔기 때문이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지원자들 사이에서 나는 매우 당황스러운 존재였다. 남자들은 셔츠와 슬랙스, 여자는 블라우스와 슬랙스 조합으로 모두 구두를 신고 있었다. 내 흰색 운동화는 그 사이에서 아주 빛났다.
내가 지원한 부서는 나, 남자 두 분 이렇게 총 세 명이 지원을 했다. 한 명만 뽑히기에 두 명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내가 먼저 도착해서 선착순으로 내가 먼저 면접을 봤다. 분위기는 매우 편안했고, 어려운 질문은 없었다. 면접관은 내가 지원한 부서의 직원 한 명 뿐이었다. 책상 위에는 내 자소서가 올려져 있었다. 초록색 밑줄이 군데 군데 그어져 있는 걸 보니 내 자소서 내의 질문거리를 체크해 놓은 것 같았다. 기억나는 질문은 이러하다.
1. 영어 통번역이 가능한지 (한->영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한지)
- 나는 영한 번역은 그래도 자주 하는 편인데, 한영 번역은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래도 인터넷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영작은 가능하다고 했다.
2. 자소서에 언급한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 정보수집능력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주제에 대해 조사를 하기 위하여 해외 대학에 메일을 보내거나 홈페이지를 참고 하고, 실제로 해외 대학에 가서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했다.
3. 이 부서엔 떨어져도 다른 부서에 일할 확률이 높은 데 괜찮은지?
-전공학점 문제 때문에 과와 관련된 부서에서 일하고 싶어, 다른 부서는 생각이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없냐고 물으시길래 인터넷 취업카페에서 봤던 마무리멘트 중 하나를 골랐다. '만약에 제가 떨어진다면 어떤 이유로 떨어질까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현장실습생의 경우 정식 채용이 아니라 탈락과 합격여부를 정할 수 있는 그 기준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서 애매모호하다고 했다. 이 대답을 듣고 마지막 멘트용으로는 이 질문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면접관이 그 자리에서 즉시 대답해주기 애매한 질문이고 또 내가 이 질문으로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듯한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면접자분이 내 질문을 듣자마자 학생이 부족해서 떨어지는게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는 1명의 사람을 뽑아야 하는 거니, 매칭의 문제로 생각하라는 위로의 말을 던져주셨기 때문이다.
면접자분은 다시 마지막으로 생각해둔 말이 있는지 여쭈어 보셨다. 나는 사실 마지막 멘트로 생각해간게 딱히 없었기에 순간 멘붕이 왔고, '딱히 없습니다.' 라는 말을 했다. 앞에서 다 잘 대답해놓고(과연?) 이런 실수를...... 정말 순발력도 융통성도 없지...... 그 당시에는 긴장해서 약간 백지상태가 와 별 생각이 없었는데 건물 밖을 나가고 마음이 진정되자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말이라도 한마디 해야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내 스스로가 이해 되지 않았다.
결과
결과는... 떨어졌다. 면접관 분이 이 부서로는 떨어져도 다른 부서에서 일할 생각이 있으면 다른 부서에서라도 일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하셨었다. 하지만 나는 내 과와 관련된 부서에서 일하지 않으면 졸업을 하는데 차질이 생겨 추가학기를 보내야 했는데, 그건 싫어서 이 부서에서 꼭 일하고 싶다고 했었다. 아마 내가 다른 부서에 일할 생각이 있다고 얘기했으면 다른 부서에 합격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에 내가 전공 학점을 다 채웠으면 다른 부서에서도 일할 생각이 있다고 분명히 얘기했을텐데 너무 아쉽다.
논리적으로 말하는 데 취약한 나는 면접에서 늘 고배를 마시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일상생활에서도 나는 말보다는 글이 편하다. 누군가와 입장 차이로 다투게 될 때, 나는 내 의견을 말로 정리하는 게 어려워 늘 편지나 문자를 써서 상대와 소통하곤 했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상대와 글로 대면할 수 없으니 부족한 만큼 면접 준비를 철저하게, 미리 미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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