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뚜벅이 울진 후포여행 : 후포해변과 맛집
부제 : 20200801~02 행복했지만 험난했던 후포여행
10시에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도착해서 3층으로 꼬고!
대구에서 울진, 후포로 가는 사람이 많을까 싶어서 버스표 예약을 안 하고 당일날 10시 반 버스표를 끊으러 갔는데... 웬걸? 자리가 꽤 많이 나가있었다. 버스에 탑승하니 사람이 꽉 차 있어서 당황; 거의 빈 자리 없이 좌석이 채워졌다. 탑승하시는 분들 중에 모바일로 예매를 하신 분들이 있었는데, 실물표를 가져와야 한다고 표 확인하시는 분이 말씀하셨다. 모바일 앱이 뭔가 문제가 있는지 버스에서 잘 작동이 안 되나보다. 그 분이 당황한 승객들을 데리고 갔고, 실물표를 얻은 승객들은 급하게 버스에 탑승했다. 10시 반 조금 넘겨서 버스가 출발했다.
후포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나는 대구에서, 다른 한 친구는 포항에서 출발했다. 후포 사는 친구가 대구에서 후포로 가는 시간은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는데, 토요일이었어서 그런지 차가 꽤 많이 막혔다. 포항에서 출발한 친구는 12시 반 전에 이미 도착해서 후포에 있는 친구 집으로 갔고, 그 때의 나는 도착 시간이 생각보다 꽤 늦어질 것 같아 친구들에게 연락을 남겼다. 1시 전에는 후포터미널에서 내려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1시를 훌쩍 넘겨 거의 2시 쯤에 버스는 겨우 영덕 터미널에 멈춰 2~3분의 쉬는 시간을 가졌다.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을 배려한다고 좌석을 뒤로 젖히지도 못한 채 3시간 반 동안 앉아있던 승객들은 모두 지쳐보였다. 오랜 시간동안 운전하신 기사님도 마찬가지. 창문을 열 수 없는 구조의 버스에서 마스크를 꼭 끼고 있으니 답답하기도 했다. 영덕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을 가기 위해 몇몇 승객들은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승객들을 다 태운 버스는 다시 출발해서 영해 터미널에 멈췄다가 2시 20분쯤 후포터미널에 도착했다. 고속시외버스타고 대구에서 후포까지 장장 네 시간이 걸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쨍 하니 내리쬐는 햇볕을 느낄 수 있었다. 짐을 들고 터덜터덜 친구의 집 쪽으로 걸어갔다.
난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는데, 높은 건물 없이 낮은 건물만 있고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풍경을 보니 지쳐있던 심신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혼자서 한 번도 와보지 않은 낯선 곳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고 고즈넉한 풍경이 마음에 들어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ㅋㅋㅋㅋㅋ
친구 집에 짐을 내려놓으니 갑자기 확 배고픔과 피로가 몰려왔다. 손 깨끗이 씻고, 친구가 미리 주문해놓은 돈가스를 먹으면서 허기를 채웠다. 칠리돈카츠는 좀 매콤했는데 까르보돈카츠랑 먹으니 맛이 중화되면서 적당히 매콤하고 맛있었다.
점심을 먹었는데도 풀리지 않는 피로와 밖에 햇볕이 여전히 뜨거웠기 때문에 친구의 집에서 시원하게 에어컨 틀어놓고 시간을 좀 보냈다. 오랜만에 얼굴 보고 만나서 수다를 떠니 즐거웠다. 후포 해변을 걷기 위해 저녁 쯤에 외출을 했다.
한적한 후포해변을 생각했는데 해수욕장을 개장해서 사람들이 많았다. 곳곳에 텐트가 따닥따닥 붙어있었고 고기를 굽는 냄새가 났다. 우린 물에 발만 잠깐 담궜다가 나왔다. 바닷물이 꽤 차가워서 물이 발에 닿는 순간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6시 쯤이 되니 모두 물 밖으로 나오라는 알람이 들렸다. 발이 모래투성이가 되어서 발 씻는 곳에서 발을 깨끗이 씻었다.
처음으로 먹어본 곱창전골. 매운탕? 감자탕? 맛이 났는데 너무 맛있었다. 깻잎이 들어가 더 얼큰하고 시원했다. 맥주랑 먹었는데 크... 바로 속풀리고 해장되는 느낌ㅋㅋㅋㅋ 다 먹고나서는 볶음밥 시켜서 샥샥 긁어먹었다. 또 먹고 싶다.
이렇게 조용한 밤거리는 오랜만이었다. 배를 꺼트리기 위해서 근처 학교 운동장을 돌았다. 달빛 아래서 산책하다 집에 들어가 씻고, 친구들과 새벽까지 한참 떠들다 잠들었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아침식사는 건너뛰고 바로 점심 먹으러 꼬고. 후포 맛집 투어냐구... 친구가 데려다 준 맛집마다 정말 다 맛있었다.
버스타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엔제리너스 카페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나는 한라봉에이드를 시켰는데 맛이 달고 상큼했다. 친구도 음료 맛집이라며 본인이 시킨 음료에 만족해했다. 후포에 사는 친구는 우리가 떠나는 걸 아쉬워 하는 눈치였다. 나 역시 또 이 친구들을 언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아쉬웠다. 짧은 시간동안 함께 했지만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웃었다. 이 친구들은 언제 만나도 참 편안하고 즐겁다.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친구들과 함께 후포터미널에 도착했다. 무인판매기에서 대구로 가는 표를 끊었는데 특이하게도 표에 동대구에 도착이라는 행선지만 적혀있고 출발 시간이 적혀있지 않았다. 좌석은 선착순이라고 적혀있었다. 작은 터미널 안에는 에어컨이 없이 선풍기만 있어 기다리는 동안 후덥지근함을 느꼈다.
후포에 사는 친구는 점심으로 먹은 닭갈비 때문인지 아니면 카페에서 먹은 음료 때문인지 속이 좋지 않아 우리에게 급히 인사를 하고 떠났고, 그녀가 떠나자마자 나 역시 갑자기 배에 신호가 와서 나보다 먼저 버스를 타고 갈 포항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화장실에서 급하게 볼일을 봤다.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2시 55분 전에 볼일을 마치고 나오니 친구는 이미 떠난 듯 했다. 역무원 아주머니께 저기 서 있는 차가 동대구로 가는 차냐고 여쭤보니 이미 동대구 버스는 떠났단다. 충격. 그러더니 저기 서 있는 아저씨를 따라 가라고 했다. 바삐 움직이는 아저씨를 따라 급히 흰 봉고차에 탔다. 분명 대구 무정차 후포 출발 14:55 라고 적혀있었는데...?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차에 탑승해서 아저씨를 쳐다보니 아저씨의 표정이 급박해보였다. 아무래도 아저씨는 이미 간 버스를 따라잡으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따라 잡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 안에 버스가 있나?' 라는 생각에 초조해지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중간에 버스가 서 있었다. 아저씨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정신 없이 버스로 달려가서 탑승했다. 기사님께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착석했다. 앉아서 숨돌리고 핸드폰을 보니 포항 친구가 흰색 봉고차 뭐냐고 너 어디가냐는 카톡이 마구 와있었다... 친구들에게 버스를 놓칠 뻔했다고 얘기하니 어쨌든 탔으니 다행이라고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그나저나 포항 가는 친구가 포항차 말고는 다른 버스를 못 봤고 포항 버스 전에 와 있던 버스는 동서울 버스였다고 하는데 그럼 대구 버스는 언제 역에서 출발했던거지...?? 혹시 내가 화장실에 있었을 때 역무원이 역 내에 아무도 없어서 탑승할 승객이 없다고 생각하신건가? 그래서 대구 버스를 정차 안 시키고 보내신건가... 뭐지...
후포 여행하며 한 가지 배운점...
★후포 터미널 운행 시간표를 곧이 곧대로 믿지 말자★
후포터미널에서 출발하시는 분들은 역무원 아주머니께 도착지로 가는 버스 언제 오는지 미리 여쭤보거나 버스 정차시간이 2~3분 정도로 짧다고 하니 여유롭게 후포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도록 하자. 운행 시간표 믿고 나처럼 놓치지 말고...
후포에서 대구로 돌아가는 길에는 도로가 막히지 않아서 딱 2시간 20분 걸려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도착했다. 후포에서 친구들과 먹고, 해변 구경하고, 산책하고, 수다 떨고... 여행이라기엔 사실 별 볼일이 없는 코스이지만 흥 많은 친구들과 함께해서 행복했던 1박 2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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