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다큐 추천 : 은둔경력자를 모집하는 <곰손카페>
2022년 10월 23일, 11월 6일 일요일 밤 11시 5분에 2부작으로 방영되었던 SBS 스페셜 <곰손카페>! 오래간만에 공감되고 힐링되는 다큐멘터리였다. 당일날 TV로 다 챙겨봤지만 포스팅을 안 했었는데, 여전히 여운이 남아 늦은 포스팅이더라도 올려본다.
1회 : 곰손카페를 소개합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유학을 했어요. 철이 없었죠, 커피가 좋아서 유학을 했다는 자체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카페 사장 최준(개그맨 김해준)'의 등장은 큰 화젯거리였다.
그의 과한(?) 다정함과 따뜻함에 사람들은 느끼하다며,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준며들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그는 점점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나 역시 그의 눈빛, 말투, 행동에 질색을 하면서도, 한 동안 그의 영상을 계속 찾아봤던 경험이 있다ㅋㅋㅋㅋ 자꾸만 보고 싶은 중독성을 지닌 카페 사장 최준이 성수동 골목에 진짜 카페를 열었다.
그런데 이 사장님이 낸 구인공고가 특이하다. 우대사항이 '은둔경력자'다.
여기서 은둔 경력자란? 현재 은둔형외톨이거나 과거 1년 이상 은둔했던 사람을 일컫는다.
카페의 구인 조건은
첫 번째, 1년 이상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거나 일정 공간 안에서만 지낸 사람일 것.
두 번째, 방 탈출 의지는 있으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 것.
특이한 구인 조건에 무려 칠백여 명의 청년들이 지원했다. 17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네 명의 직원이 선발되었다.
직원 1 :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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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경력 1년의 '우리'. 빛이 새어 나오지 않게끔 창문을 다 가려놓은 방 안에서 누워 있거나 컴퓨터에 앉아있는 것이 전부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남에게 자신이 비치는 것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던 우리는 거울도 가려버렸다. 밝고 활동적인 옛 모습과는 사뭇 다른,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의 지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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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틀어박혀 같이 사는 아버지도 못 본 지 1년째. 아버지는 카톡이나 전화를 통해 딸과 연락을 해보려고 애썼지만 돌아오는 것은 무응답, 혹은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아버지는 딸의 작년 생일 케이크도 방문을 사이에 두고 전했다. 우리는 아버지가 작년에 쓴 크리스마스 편지를 읽고 다시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나는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녀는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곰손 카페.
아버지는 제작진으로부터 우리가 곰손 카페에 지원한 계기가 '아버지의 작년 크리스마스 카드'라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그리움과 애정이 묻은 편지의 내용과 딸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이 힘들 때마다 매번 일으켜줬지만, 이제는 본인이 지쳐 쓰러져있는 고맙고도 안쓰러운 내 딸. 그는 그녀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녀를 응원한다.
직원 2 : 자몽
은둔 경력 11년의 '자몽'. 스무 살 때부터 이어진 은둔 생활은 서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자격증을 따거나 사회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면서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그녀는 늘 도망쳤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무섭고 힘들어서 매번 숨었다. 거기다 전화번호를 계속 바꿔 전화번호부에 저장되어있는 사람은 세 명뿐. 본인과 제작진, 그리고 동생.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이 지금도 종종 들어서 공감이 됐다. 영화의 주인공이든, 엑스트라이든, 어쨌든 멈춰있을 수는 없다. 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영화가 만들어질 테니. 그녀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움직여보기로 했다.
안전한 곳을 떠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또 도망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설레기도 한다. 자는 동안 좋은 꿈을 꾸었다는 자몽. 이 새로운 경험은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10년이 지나, 그녀는 다시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직원 3 : 민발
은둔 경력 5년 차 '민발'. 생활 반경이 1km조차 안된다는 그는, 제작진에게 낯선 사람과 대화해본 것이 거의 몇 년만이라고 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활발했지만, 대학생 때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으면서 은둔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편의점이 걸어서 1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지만, 밖으로 한 발자국도 뗄 수가 없어 수돗물을 먹으면서 지낸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이토록 외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증상으로 나타나는 공황장애 때문이었다. 몸무게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그는 무리한 다이어트로 섭식장애와 공황을 얻게 되었다. 그는 최준에게 자신을 꼭 아픈 사람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아닌, 살고자 하는 사람으로 봤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외치는 말 같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의 외출이 전보다는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을까?
직원 4 : 모카
은둔 경력 4년 차, '모카'. 그는 밖에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은둔을 선택했다. 계절이 바뀌고 나서 집 밖으로 나올 때, 그제야 시간의 흐름을 실감했다. 그는 왼쪽 팔목의 상처를 보며, 감정의 파도에 휩쓸렸던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은둔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모카. 그래서 그런지 다른 지원자들보다는 좀 더 활발해 보인다. 언뜻 보기에 밝아 보이는 모카의 사연은 무엇일까?
네 명의 직원들과 카페 사장 최준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메뉴 개발을 마친 지원자들은 5일간 <곰손 카페>의 정식 직원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긴장감에 출근길부터 쉽지 않지만 모두 무사히 도착한 곰손 카페의 첫째 날! 낯선 이를 대하는 것이 어려운 직원들은 벽을 사이에 두고, 벽에 뚫려있는 손바닥만 한 창문을 통해 곰손으로만 손님들을 대했다.
시작이 어렵지, 한 걸음만 떼면 조금 더 쉬워진다. 직원들은 어설프고 실수도 있었지만 일을 할수록 점점 탄력이 붙었고, 손님들의 다정함에 얼어붙었던 마음도 살살 녹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보이는 호의에 자신감이 생겨 손님들과 곰손으로 귀여운 장난을 쳐보기도 했다.
두려웠던 카페 홍보도 무사히 마치고, 손님들도 많이 찾아왔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 자신의 모습에 뿌듯함과 행복함을 느끼는 직원들. 이대로만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사장님이 내일은 테라스를 오픈한다고 한다. 오늘은 카페 안에서 일을 했지만, 카페 밖에서 손님 응대를 해야 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좌절하는 직원들. 굳은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과연 도망치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을까? 첫째 날처럼, 둘째 날도 전원 출석을 이뤄낼 수 있을까?
2회 : 겨울잠에서 깨어나다!
테라스를 오픈한 둘째 날.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자 주문이 밀리고, 실수도 더 많이 하게 되고, 기다림에 지친 오늘의 손님들은 조금 더 예민한 느낌이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주눅이 든 직원들은 더 어색하게 반응을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랜 은둔 생활로 몸이 약해진 직원들이 오랫동안 서서 일을 하니, 몸도 고장이 났다.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던 우리마저 허리 통증으로 주저앉아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곰손카페>에서는 계속해서 위기가 발생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노동을 경험한 자몽이 출근하지 않은 것! 턱없이 부족한 일손과 몰아치는 위기 속에서 직원들은 무사히 카페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2부에서는 청년들이 은둔생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과 방문 밖으로 나온 이후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학교폭력, 가족문제, 직장문제 등으로 상처 입어 안전한 방 안으로 몸을 구겨 넣은 청춘들은 과연 햇빛을 보고,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을까?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OTT채널 시즌, 시리즈온, SBS 홈페이지, 웨이브에서 다시 보기를 할 수 있다.
은둔자들을 위한 사이트
두더지땅굴
은둔고립청년을 위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
dudug.kr
안무서운회사
은둔 상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둔형외톨이 당사자과 그 가족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안무서운회사
notscary.co.kr
후기와 느낀 점
- 히키코모리 :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 스스로 사회와 담을 쌓고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생활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꺼리고 인터넷이나 TV에 몰두하는 것, 밤낮이 바뀌는 것, 자기혐오나 상실감 또는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것 등이 있다.
- 프리터족 : 특정한 직업 없이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젊은 층을 일컫는 말. 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
- 니트족 :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 교육, 고용, 훈련 등을 모두 거부하는 '구직단념자'로, 일할 의지는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나 프리터족과는 구별된다.
- 피터팬 증후군 : 성인이 되어서도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뜻한다.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사람은 책임감이 낮으며, 이상은 높지만 이를 실천하는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취약하다.
<곰손카페>를 보며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서 여러 용어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나는 위의 요소를 다 조금씩은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 엄마한테 민폐 끼치기는 싫고 내 돈으로 살고 싶어서 알바를 하러 밖으로 나가긴 하지만, 그 외에는 계속 집에만 있다.
- 이제 서른이 가까워지는데, 아직 정규직 일을 해본 적이 없다. 주변에서 들어온 알바 제안을 다 받아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능동적으로 결정해서 해본 인턴, 계약직, 정규직 일은 없다. 시도해도 다 떨어져서 못 했다.
- 장기적인 사람들과의 사회생활을 생각하면 피곤하기도 하고, 일을 책임지는 게 두렵다. 특히 예민한 성격이라 세상 밖의 불확실성이 무섭다. 부정적인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대처해나갈 멘탈이 약하다.
- 현재 정규직 일을 구하기 위해 하던 일을 몇 개 그만두고, 딱 한 개의 일만 남겨두었는데 솔직히 이 생활도 나쁘진 않다. 일을 하고 싶은 의욕이 없다. 그래도 돈이 없으니 구하려는 것뿐.
원래도 집순이긴 하지만 대학 졸업 후부터 집에만 있고 싶은 욕구가 더 심해졌다. 졸업쯤에 터진 코로나, 반복된 건강의 위기로 인해 생긴 건강염려증, 풀리지 않는 가족 문제 등... 위기가 찾아오고 충격을 받을 때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했다. 겁이 많아서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어차피 언젠간 죽기 때문에 일단 살아보자는 마인드로 버티고 있다.
(난 사주를 믿진 않지만 청년기에는 내가 아무리 잘나도 상황이 다 안 따라주는데 말년운이 그렇게 좋다고 해서 진짜 그런가 보려고 버티는 것도 있다. 어딜 가도 다 그런 소리를 하니 어떤 팔자인지 한 번 확인은 해봐야겠다.)
가족 걱정 끼치기 싫어서, 남들에게 못나 보이기 싫어서 티를 내진 않았지만 그게 내 속을 썩게 만든 것 같다. 남들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혼자만의 열등감과 비교 의식이 생겼다. 추한 나를 보여주기 싫어서 내 손으로 관계를 끊어놓고는 후회하고 외로워하고. 그렇게 점점 집에 더 머물게 되었다.
친구들은 아주 가끔 만나긴 하지만 정말 가끔일 뿐이다. 사실 친구들 만나려고 나갈 준비를 하는 것도 좀 버거울 때가 있어서 약속을 잡고서는 미적거릴 때도 많다. 그래도 막상 만나면 좋긴 하지만ㅎㅎ
<곰손카페>를 보면서 마냥 남의 일이 아니라 울기도 많이 울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같이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지원자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웃기도 했다. 생판 모르는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내 모습을 보며, 실은 그들의 모습에 나를 투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은 거겠지.
나도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할 차례인데, 겁이 난다. 나는 내 자존심, 그리고 타인에게 의존하면 약해진다는 생각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혼자서 하기 어려울 땐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곰손카페>를 통해서 배웠다. 그들이 준 위로와 용기로 나 역시 조금은 나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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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은 영상이면 모를까, 한번 본 긴 영상은 다시 돌려보지 않는데 이 다큐는 힘들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영상이다. 나처럼 두려워서 자꾸 어디론가 숨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다큐를 추천한다.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당신도 매 순간 그럴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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