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였던 어른들의 인터뷰집
190613
어제 기다리던 택배가 왔다.
내가 후원한 프로젝트에서 보낸 왕따였던 어른들의 인터뷰집과 학교폭력을 반대한다는 의미를 가진 배지였다.
이 프로젝트는 유튜브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MTVnCt8LDw
그 어떤 영상들보다 진실되고 솔직했고, 피해자의 마음을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되었다.
나도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지만 강도가 심한 편은 아니었다.
신체적인 폭력이나 직접적인 괴롭힘은 없었기 때문에.
정말 미묘하게 나를 무시하면서 사람을 불쾌하게 하고, 신경을 긁고 그랬었다.
그것도 물론 상처로 남았지만, 그래도 견딜 수 있는 정도였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그냥 욕이 나오고, 그 가해자를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마음뿐이다.
하지만 인터뷰이들이 말한 것처럼 강도가 심한 학교폭력이었다면 난 견딜 수 있었을까?
여기 나오는 인터뷰이들은 얼굴을 드러내고 자신의 아픈 과거를 용기있게 얘기한다.
난 이들이 정말 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학교폭력에 대해 얘기할 때 마다 느끼는 건 가해자들은 '강한 척' 할 뿐이지
정말 단단하고 강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거다. 자신만 생각해 남을 상처 입히는,
그러면서 자기보다 더 강한 상대 앞에서는 꼼짝 못 하는 비겁하고 약한 존재들.
정말 강한 사람들은 의도치 않게 자신의 삶에 큰 고통이 와도 결국엔 버텨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삶을 살아가길 택한 사람들이다. 한 인터뷰이가 자신의 꿈을
찾게 해준 가해자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는 말을 할 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인터뷰이들은 모두 대단하다.
영상을 보고 감명받아 시리얼이 주최한 프로젝트에 후원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텀블벅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는데, 종종 이용할 것 같다.
후원하고 싶은 좋은 프로젝트들이 많다.
5월 달에 후원하고나서부터 쭉 택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택배를 받자마자 인터뷰집 <나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를 펼쳐서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지만 한 편으로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공통의 주제로 얘기를 나누면서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모습,
그리고 서로의 말을 가만히 들어주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위로해주는 모습을 보고 따뜻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상처를 혼자서 달래기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게 중요함을 느꼈다.
인간의 삶에 서열 문화가 존재하는 한 학교폭력은 완전히 사라질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해결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학교폭력전담경찰관(117)이 존재하게 되면서 예전보다는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인식이
강해지고 실제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치질을 하며 자신이 남들보다 강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하는 가해자와 보고도 묵인하는 방관자는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므로
학교폭력은 여전히 남아있고, 여전히 아픈 문제다.
학교폭력이 완전히 해결은 안 될지언정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이들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관심과 따뜻한 연대임을 또 한 번 배운다.
서로의 고통에 공감할 줄 하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시 대처법을 올리며 이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시 대처법
1. 피해자는 최대한 증거를 모은다.
가해자가 사이버폭력을 했다면 증거를 모으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매일 일기로 오늘 피해를 받았던 일들을 기록하면 그것도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정신적 고통으로 심리상담을 받은 기록이나, 병원에 가서 받아온 진단서도 좋다.
증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2. 방관자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방관자도 결국엔 곧 가해자다.
다수의 방관자들이 힘을 합쳐 가해자를 말리는 것이 좋지만 대개 보복이 두려워 잘하지 못한다.
그럼 가해자들 몰래 117로 신고하는 방법도 좋다. 신고자는 익명이 보장되니 절대 겁먹지 말기를.
전화 신고가 부담스러운 이들은 #0117 문자 신고를 한다. 117Chat 이라는 학교폭력 상담 어플도 있다.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도 된다. 그런데 피해자가 두려움에 떨어 신고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관자들이 해주면 좋다.
3. 피해자가 곧이 곧대로 듣지 말아야 할 말 들
1) 가해자들이
당연히 무섭지만... 잘못한 사람이 고통을 받아야지 피해자가 계속 고통 받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신고를 하지 않으면 가해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해지기도 한다.
당하고만 살지 말자. 지들도 벌 받는 게 싫고 무서워서 그러는 거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관심도 많고 믿을 만한 선생님이라면 선생님한테 얘기해도 되지만,
믿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부모에게, 아니면 117로 바로 신고하는 것도 좋다.
2)가해자나 방관자가 말하는 나를 진짜 나로 생각하지 말기.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지껄이는 얘기를 그래... 나는 그런 애구나... 하고 듣고 있지 말자.
설령 그들이 말하는 단점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단점과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나는 괜찮아, 하고 말해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단점을 자꾸 들쑤셔서 상처 주는 놈들이 잘못한 일이니 내가 틀려먹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잘못한 사람은 내가 아닌 그 못된 애들이다.
4. 이 문제를 알게 된 어른들(선생님, 경찰, 교장, 부모)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이들의 문제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소통해야 한다.
잘못한 아이는 따끔하게 가르친다. 자신의 잘못이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될 수 없음을 알려준다.
제대로 안 가르치면 나중에 가해자가 어른이 되서 사회에 나와 더 큰 사고를 칠 수 있기 때문에
방관한 대가는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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