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쓰고 싶은 그대를 위한 책
190119
최근 기흉에 걸린 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시술은 무사히 마쳤다고 의사선생님이 말했지만 왜인지 계속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가슴이 번개 맞은 듯이 찌릿하게 아프고, 날개죽지는 욱신거리고, 몸이 붕 떠있는 듯한 느낌에
종종 어지러움을 느낀다. 이 몸으로는 야외활동이 힘들어서 날씨 좋은 날,
엄마의 부축을 받으며 산책하는 날 말고는 거의 집에 있게 되었다.
워낙 집순이라 집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주 견딜만 할 것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집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니 정말 무가치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때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이 '글쓰기' 였다.
하지만 나의 부족함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 연필을 잡았다가도 금방 다시 놓기를 반복한지가 꽤 오래.
나는 또 그저 겁만 내고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하고 싶은 내 오만한 욕심이 내 정신을 바싹 말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쓰는게 두렵다면, 가뭄이 든 정신에 단비를 내려줄 책이라도 많이 읽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집에 수 많은 책이 있음에도 손도 대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많은지.
책장을 오랫동안 들여보다 제목에 이끌려 한 책을 집어들었다.
2019년 들어 처음으로 집어 든 책은, 이외수 작가의 <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었다.
겉멋 부리지말고 기본에 충실하기
글의 기본재료는 단어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하고 싶다면 기본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 1부 단어의 장中
저도 글로 공중부양 할 수 있나요? 라는 성미 급한 나의 질문에 저자는 매섭게 회초리질을 한다. 기본, 기본, 기본!
하지만 글쓰기의 기본이 무엇인지, 또 기본을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조차도 모르는 나다. 이 책은 그런 나를 앉혀놓고 천천히, 차근차근 알려준다. 글이란 무엇인지, 글쓰기의 기본을 쌓는 연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어떤 정신과 태도와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나 뿐인 놈은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그대의 눈에는 어떤 사물이 하찮아 보이는가.
그대의 눈에는 어떤 인간이 추악해 보이는가.
그대는 그것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그대 자신을 먼저 혐오하거나 증오해야 한다.
그대가 눈으로 보고 사실로 여기는 것들이 반드시 사실이 아니라면
글을 쓰는 자로서의 사물과 인간에 대한 그대의 편견은 일종의 죄악이다.
— 2부 문장의 장 中
혼자서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글쓰기의 다양한 연습 방법을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제일 와닿았던 부분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어떤 정신을 가져야 하는지 얘기를 하는 부분이었다.
저자의 얘기를 듣고, 나는 글쓰기는 수행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나를 벗어나 다른 사물, 혹은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단지 일어나는 현상을 파악하는 눈이 아닌 마음과 영혼의 눈으로 본질을 꿰뚫는 것.
나의 세계에 갇혀있기 보다는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
내가 글쓰기에서 제일 부족한 부분이 이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세상을 정형화된 틀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볼 줄 아는 특별한 눈을 가지는 것.
나에게 연습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독자들을 납득시키는 필연성, 산문정신
작중인물이 어떤 악행을 저지를 경우
작가는 반드시 독자가 납득할 만한 필연성과 합리성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독자가 납득할 만한 필연성과 합리성을 만들어 주는 철저성을 ‘산문정신’ 이라고 한다.
산문 정신이 결여되어 있으면 독자는 소설에 거리감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감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록 지나가는 행인 하나를 묘사하더라도 산문정신에 입각해서 묘사하는 자세를 가져라.
— 3부 창작의 장 中
죽기 전에 나의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원대한 꿈이 있음에도,
내 글에 성장이 없는 것은 아마 이 산문정신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내 글에는 수 많은 우연들이 있다. 필연성을 부여하는 끈기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이 책을 통해 그저 느낌으로 글을 휘갈기던 내가 좀 더 섬세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정말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빠른 시간내에 잘하기를 바라지 말고 수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제 그 연습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 실천을 하면 된다.
욕심만 많았던 나에게 기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 감사한 책.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이었다.
'문화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 블로거가 읽어야 할 <구글 애드센스로 돈벌기> (17) | 2020.05.12 |
---|---|
퍼포먼스 디지털마케팅 실전 (0) | 2020.02.17 |
왕따였던 어른들의 인터뷰집 (0) | 2019.06.24 |
우유부단한 그대들을 위한 책 (0) | 2019.06.24 |
학교폭력에 대해서 알기 위해 읽은 책들 (0) | 2019.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