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무도 모른다>가 떠오르는 최근 인천 라면형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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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부모의 방치로 인해 10살, 8살 초등생 형제가 중화상을 입어 중태한 사건이 있었다.
전날부터 형제의 어머니인 C(30)씨가 집을 비워 형제가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화재가 난 것인데,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형제는 늘 방치되어 있었다.
사고 일주일 전 새벽 3시에 형제가 함께 편의점에 가서 직접 먹을거리를 고르는 모습이 편의점 CCTV에 담겼다.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다 고른 것들 중에 아동급식카드로 결제 불가한 항목(ex.쿨피스)들이 있어 형제는 물건을 다시 진열대에 가져다 두고 다른 걸 집어오고를 반복했다. CCTV에 찍힌 아이들의 체구는 또래보다 훨씬 작았고, 형은 동생 대신 물건이 가득 담긴 두 개의 비닐봉지를 마른 몸으로 들고 갔다.
형제는 총체적 돌봄사각지대에 있었다. 형제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유치원을 비롯한 보육기관에 다녀 본 적이 없었다. 미추홀구 주민센터와 위기가정을 돕는 드림스타트센터는 2018년 5월, 학교로부터 형 A(10)군의 ADHD 진단 결과와 아이들이 보육기관에 다녀본 적이 없어 또래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센터 측은 형제에게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를 진행했고, 가정폭력에 시달려 이혼한 C씨가 우울증 및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것으로 파악해 함께 심리상담 치료를 진행했다. 센터 측은 C씨에게 아이들을 지역아동센터에 보낼 것을 설득했으나 C씨는 바쁘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또한 C씨는 아이들을 스스로 돌보겠다는 이유로 매 학기 초 돌봄교실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9월 16일부터 올해 중순까지 빌라의 이웃들은 형제 엄마가 학대와 방임을 한다며 세 차례 신고했고, 인천시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올해 5월 29일에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및 방임을 이유로 초등생 형제로부터 어머니를 격리시켜달라며 인천가정법원에 보호명령을 청구했다. 그러나 인천가정법원은 분리 조치 대신 형제가 1년간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게하는 처분을 내렸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보호명령을 재청구하려던 기간에 화재는 발생했다.
10살짜리 형이 화마 속에서도 동생을 지키기 위해 동생에게 안전한 자리를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방대원의 말을 듣고는 탄식했다. 미안했고 화가 났다. 어른들의 무관심, 무책임함으로 죄 없는 아이들이 다쳤다.
인천시는 오늘 기관 간 정보 공유 및 협조 체계 부족, 친권자의 동의없이는 아동보호 및 지원 곤란, 공동체의 관심과 신고 부족, 코로나19로 현장 및 대면조사 곤란 등 문제로 지적된 점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보호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문제점이 개선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얘기하기엔... 아이들이 너무 많이 다쳤다. 이 형제 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지금도 아동학대 및 방임에 노출된 아이들은 많을 것이다. 왜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나서야 대책을 세우는가. 미리 예방할 수는 없었던 걸까. 긴급 돌봄을 신청했으면, 행정 및 사법 당국이 아동보호 조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면 충분히 참변을 막을 수 있었을거라는 기사가 내 속을 답답하게 만든다.
형제의 모습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2005)를 떠올리게 한다.
무려 2005년 작인데, 2020년인 지금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영화에서 네 명의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집에서 기다린다.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가지 않아 집에만 있고 엄마가 전에 부탁했던대로 맏이만 유일하게 편의점에 식품을 사러 외출한다. 엄마가 떠나기 전 건네준 돈으로 처음엔 부족함없이 음식을 살 수 있었다. 그 마저도 사실은 영양가 없는 라면이나 김밥이 대부분이다. 점점 돈이 거덜나자 아이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편의점 음식을 받아와 먹는다. 집의 전기와 수도가 끊기자 이젠 맏이와 동생들이 함께 집을 나와 같이 외출을 하기 시작한다. 공원에서 씻고 빨래하며, 용변을 볼 땐 공용 화장실을 이용한다. 외출하는 아이들의 옷차림은 영화 초반과 달리 매우 허름하다. 그러나 길고양이처럼 생활하는 이들을 보고 손을 내밀어주는 어른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모른다.'가 아니라 사실 어른들은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들은 중간 중간 어른들과 접촉했었지만, 결국 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손 내미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방치된 채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영화는 끝났지만 현실에서는 그래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보호에 관심을 가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 되고, 한부모가정 지원 및 아동보호와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하고 관련 제도가 잘 갖추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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