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마지막회 친구랑 본 후기
정확히 말하자면 29회부터 32회까지 각자의 집에서 생방송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카톡을 했다ㅋㅋㅋㅋ
내가 친구에게 <봄밤>을 알려주고 난 다음날 친구는 1회부터 28회까지 정주행을 했다. 대단한 녀석이다. 친구의 반응을 보고 확실히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봄밤>이 잘 만든 드라마라고 느끼는구나 싶어서 뿌듯했다. 인물들의 감정선이 섬세하고 촘촘해서 이야기의 흐름이 깨지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오랫동안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은 작가가 정말 열일했다! 개인적으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초반엔 정말 좋아했는데 후반으로 갈 수록 캐릭터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졌고 이야기가 무언가 빈 곳이 많다고 느꼈었다. 그만큼 작품에 몰입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었던 기억이 있어서 <밥누나>의 연출과 작가가 <봄밤>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결론적으로, <봄밤>을 보기로 선택한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무딘 칼을 갈고 온 작가와 연출이 함께 후반부에 많이 공을 들였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29회
심장이 쿵 내려앉는 회였다. 지호와 정인이의 해피엔딩을 생각했는데, 지호가 술김에 내뱉은 '우리 버리지마' 라는 말을 듣고 정인이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인이는 지호가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고 또 믿지 않았다는 생각에 지호에게 실망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놀랐을 것이다. 자신의 사랑만으로 이 사람의 상처를 다 품고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그 말 한마디로 확 실감이 났으니. 그리고 이 사람의 상처뿐만 아니라 이 사람의 아이, 아니 이제 우리 아이가 될 은우에 대한 책임감도 느껴지면서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지만 사랑하는 만큼,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진다. 그리고 정인이는 보통의 연애보다 더 많은 것을 짊어져야 한다. 엔딩까지 몇 회가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인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친구랑 함께 걱정을 했다. 우리 어무니 말대로 '봄밤' 제목대로 두 사람의 관계는 찰나의 설렘으로 끝나는 건 아닌지. 내 친구와 나는 해피엔딩을 바랬고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드라마가 끝날 것이라고 추측했다.
30회
정인이가 약국 뒷편에서 앉아있는 걸 본 순간 조마조마하면서 봤던 29회에 대한 걱정은 싹 사라졌다ㅋㅋㅋㅋ 그래, 그래도 결국 사랑이구나, 했다. 정인의 엄마 신형선(길해연 분) 말이 떠오른다. '아직 넘어야 할 산 많아. 결혼이 다가 아니야. 각오한 것보다 더 힘들거야. 후회하는 순간도 있을거야.' 내가 만약 정인이라면 약국에서 지호를 기다리는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겪어봐야 더 절실히 알겠지만 앞으로 내가 감내해야 할 것들을 미리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유지호를 마주하는 순간, 확실히 마음이 정리가 됐을 것이다. 이 사람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힘든 것들을 모두 감당하고 책임지기로. 유지호와 함께라면 그래도 괜찮다, 그래도 견딜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 게 아닐까.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 연애관, 결혼관에 대해 더 확실해졌다. 연애는 무작정 좋아서 시작할 순 있다. 하지만 연애도 내가 견딜 수 있는 사람과 오래할 것. 그리고 결혼은 매 순간 찾아오는 모든 고통을 함께 해도 괜찮을 사람과 해야 한다는 거. 지호 같은 사람이면... 완전 견딜 수 있잖아요ㅠㅠㅠㅠㅠㅠ 지호 최고ㅠㅠㅠㅠㅠㅠ
31회
친구들과의 저녁약속이 잡혀서 함께 저녁을 먹고 카페를 갔다. 그리고 미리 말했다. 나 9시까지는 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봄밤 마지막회 봐야 하니까 말리지 말라곸ㅋㅋㅋㅋㅋ 한 친구가 뭐냐고, 하면서 아쉬워 하니까 다행히 친구 한 명이 '우리 덕질하는 건 서로 존중해주자' 라고 해줘서 시간이 되자 부리나케 달려 나올 수 있었다. 9시 조금 넘겨서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해피엔딩이 정해져 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봤지만 중간 중간에 빡침 포인트가... 진짜 봄밤 보면서 권기석이랑 남시훈 나올 때 마다 우리 엄마랑 내 친구랑 얼마나 욕을 많이 했는짘ㅋㅋㅋㅋㅋ 권기석이 정인이에게 질척거릴 때마다, 그리고 남시훈이 서인을 위협할 때마다 개새끼, 말새끼, 소새끼 모든 새끼는 다 나왔다고 보면 된다. 재인이가 서인을 보고 울 땐, 나도 울었다. 31회에서는 기석이 정인이 엄마 앞에서 지호를 흉보고, 자신의 아빠를 탓할 때 정말 환멸이 났다. 연애도, 결혼도 성숙한 사람, 그러니까 진짜 '어른'인 사람을 만나서 해야 겠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서... 너무 빡쳐... 기석과 시훈이 식당에서 서로를 탓할 때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 나옴ㅋㅋㅋㅋㅋ 옆에서 보던 엄마가 그냥 둘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말 공감이 됐다.... 그냥 둘이 결혼해 제발.....
32회
보면서도 너무 아쉬웠다. 지루했던 내 수요일, 목요일을 설레게 해줬던 <봄밤>이 끝이라니ㅠㅠㅠㅠ
32회(마지막회)는 기석과 시훈이 정인과 서인을 드.디.어 포기하면서 이야기의 큰 갈등이 해결되는 구조를 보여줬다. 그리고 지호와 정인이가 서로의 가족들을 뵙는데... 얼마나 흐뭇하던지. 앞으로 행복하지만 그만큼 힘든 나날들이 많을 서인이와 정인이 곁에 좋은 자매들, 그리고 좋은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친구도 지호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아이가 있으니 현실에서 대부분의 엄마들은 지호를 완강히 반대했을 거라는 데 동의했다. 그런 의미에서 정인이의 어머니는 보통 어머니가 아니시라는 것도 함께 공감했다. 형선은 정말 큰 그릇이다. 지호를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 엄청 힘드셨을텐데 대단하다. 앞으로 딸이 할 고생이 보이지만 결국엔 딸이 선택한 그 길을 응원한다는 게 말이 쉽지 부모 입장에서는 견디기 힘들 것이다. 형선이 자식에게 기대한 만큼 부담주는 걸 내려놓는 게 어떻겠냐고 남편에게 말할 땐 정말 놀라웠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수록 그 아이에게 자신이 투자한 만큼 욕심이 생긴다. 나는 자식을 낳아보진 않았지만 만약에 낳게 된다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부담을 주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머니가 저렇게 말씀하시는 게 정말 대단하다. 본받고 싶다.
지호를 응원해주는 정인이 가족이 있어서, 그리고 정인이에게 좋은 시부모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참 좋은 두 사람이 만나 연을 맺는 과정을 보게 되어서 행복했다. 32회 후반부 세상 귀엽고 달달해서 좋아 죽음... 정인이 지호 이제 아부지 허락도 받고 둘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지지고 볶고 서로 사랑해ㅠㅠㅠㅠ 그리고 정해인 한지민 MBC 베스트 커플상 가자ㅏㅏㅏ!!!!!!!! 안녕 봄밤 덕분에 즐거웠어...★
종종 들어가서 볼 봄밤 GIF 모음 사이트 :
https://leaf-the-moon.tistory.com/
잎새달
leaf-the-moo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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