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로 고등학생 영어내신 27점(5등급->3등급) 올린 후기 및 방법
마지막 게시물이 올해 10월 14일...
꾸준히 블로그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또 어디로 갔는지; 이제 꾸준히 무언갈 해야겠다는 말은 부끄러워서 못하겠다. 지켜본 적이 없다. 나란 사람은 참 계획이랑 거리가 멀다. 즉흥 그 자체... (한숨) 그래서 두 달 만에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 정말 오랜만이다.
여전히 백수로 지내면서(ㅎ) 나는 대구시에서 주최한 한 달짜리 특정 직무 교육도 들었고, 지인의 소개로 예비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에게 영어 과외를 하게 되었다. 처음해보는 과외라 긴장을 많이 했었다. 내가 모든 커리큘럼을 짜야하니까 부담이 됐고, 이 친구들의 기초를 잘 다져줘야 하는데 내가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의문을 가졌었다. 자칫 잘못된 기초를 쌓아주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웠고,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라 애쓰고 있다.
예비 중학생은 아직 내신 대비와는 거리가 멀어서 부담이 덜했지만, 고등학생의 경우 바로 기말고사 대비를 해줘야했다. 주 2회 1시간 반 수업을 하기로 했는데 남은 시간은 한달 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데 시험 범위는 교과서 2과, 부교재 2과, 모의고사로 총 50개가 넘는 지문을 다뤄줘야 했다. 시험 범위 한 번만 다 보고 가도 다행이라 생각했고 정말 아슬아슬하게 시험범위를 다 끝냈다. 긴장하면서 학생의 결과를 기다렸는데, 학생이 27점이나 점수를 올렸다는 희소식을 들려줬다. 열심히 따라와준 내 첫 제자,,, 너무 기특하고 감동이었다.
내가 처음 과외를 맡게 되었을 때 모르는 것 투성이라 여기 저기 묻고 다녔는데, 이젠 내가 첫 과외를 맡게 되어 긴장하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어떻게 고등학생 내신을 대비해주었는지, 과외 진행 커리큘럼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계획 짜기
1회 | 2회 | 3회 | 4회 | 5회 | 6회 | 7회 |
교과서 7과 | 교과서 8과 | 교과서 복습 | 교과서 복습 | 부교재 4과 반 | 부교재 4과 반 | 모의고사 5지문 |
8회 | 9회 | 10회 | 11회 | 12회 | 13회 | |
모의고사 5지문 | 모의고사 5지문 | 부교재 5과 반 | 부교재 5과 반 | 교과서 서술형 | 직전대비 |
계산해보니 학생과 나는 시험 전까지 12번을 볼 수 있었다.
난 몰랐는데 보통 시험 기간에는 학원이나 과외에서 주말에 보충 수업을 하더라. 난 그것도 모르고 시험 직전 주말 빼고는 보충 수업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것도 보충 수업이라고 할 수도 없는게 시험 끝난 그 주에 과외에 오지 않고 쉬는 대신 그걸 주말로 앞당겨서 하자고 한 것... 그래서 총 13번의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수업 횟수에 맞춰 대략적인 계획을 짜놨으나 하다보니 변동이 되어 최종적으로는 위의 표처럼 픽스가 되었다.
2. 학교 시험지 및 학생 분석
처음 학생을 만나는 자리에선 뭘 해야하나 고민이 됐다. 우선 학생에게 질문할 것들, 예를 들어 이 친구의 관심사나 성적, 공부 방법, 이전 학원의 장단점 등을 쭉 리스트로 정리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가 오래 되었기 때문에 그 친구의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해당 고등학교 루틴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서 커리큘럼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1년치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말이 커리큘럼이지 그냥 1년동안 고등학교가 몇 월에 무슨 시험을 치는지 정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ㅋㅋㅋ 과외 초짜 아니랄까봐... 당시에 어떻게 과외를 진행해야할 지 도저히 감이 안 와서 이런 거라도 파악해보자 싶었다...
또 첫 만남에는 보통 레벨테스트를 한다고 해서 학생이 쓰고 있는 교재와 모의고사 문제 중에서 몇 가지를 뽑아 레벨테스트지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정작 이것저것 얘기 나눈다고 레벨테스트를 따로 하진 않았다ㅋㅋㅋ 말 꺼내니까 학생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라 집어넣었다. 아래에 첨부한 파일은 내가 준비한 것들을 합친 과외 체크리스트다. 적었던 내용을 몇 개 지웠으나 어쨌든 틀은 남겨져 있으니 잘 참고해서 학생과의 첫 만남때 쓰실 분들은 쓰시길,,,
허접하기 짝이 없지만 일단 아래의 체크리스트를 두 장 프린트해 학생과의 약속 장소로 들고갔다...
과외 초짜지만 생각이 아예 없진 않다... 나름 생각이 있는 사람이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ㅋ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하나는 학생에게 주었고 하나는 내가 학생의 답변을 받아적을 용도로 가졌다. 학생의 얘기를 들어보니 교과서나 부교재는 이전 학원에서 다뤄주었지만 모의고사는 스스로 ebs 강의를 참고하라고 해서 모의고사는 준비를 잘 안 했다고 했다. 학원에서 단어 시험도 잘 안 봤고... 부교재는 학교에서 다루니, 그럼 난 서술형이 나오는 교과서와 학생이 혼자서 공부하기 힘들어하는 모의고사를 가르치는데에 더 집중해야겠다 싶었다. 학생에게 단어 시험을 매번 칠 것이라고 얘기했고, 나는 전 과목을 봐줄 것이라 약속했지만 대신 부교재는 진도가 빠르게 나갈 수 있으니 학교에서 설명하는 것들을 잘 필기하고 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학생에게 약속 전날 이제까지 친 내신 시험지를 가져와달라고 부탁했었는데, 가져 온 시험지를 다 핸드폰으로 찍어서 집에 와서 시험지를 분석해 엑셀파일로 정리했다. 학생은 이걸 왜 틀렸는지, 어딜 자주 틀리는지, 학교의 문제 경향 등...
3. 수업
제대로 시간을 재보진 않았으나 30분 정도는 단어 시험 + 단어 틀린 거 옆에 반복해서 쓰기 + 숙제 검사(복습)를 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본격적인 수업 진도를 나갔다. 단어 시험의 경우 교과서 범위의 단어 외에는 한글 뜻을 쓰는 걸로 시험을 냈다. 교과서는 영어쓰기, 한글쓰기 섞어 냈다. 틀린 게 있으면 학생이 어떤 단어와 헷갈렸는지 같이 파악하고 이 단어를 외우기 쉬운 방법이 있으면 그걸 얘기해줬다. 생각나면 유의어, 반의어 이런 것도... 성적이 4~5등급인 친구라 단어가 많이 약해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내가 아는 선에서 설명해줬다.
숙제를 확인할 때는 우선 이 지문의 내용이 기억나는지 계속 물어보았다. 객관식 문제는 대부분 글의 내용과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어법보다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렇게 했다. 전체적인 주제를 기억하고 있으면 칭찬해주고 맞아, 이러이러한 내용이었지? 하고 다시 상기시켜줬다. 그 다음에 틀린 것들 위주로 왜 틀렸는지 설명했다.
본 수업에서는 일단 내가 바로 해석 안하고 학생한테 말로 한 줄씩 다 말로 해석하게 먼저 시켰다. 그래서 이 친구가 단어를 어떻게 잘못 알고 있는지, 이 단어에는 다른 뜻도 있다는 걸 알려줬고 끊어읽기가 어떻게 잘못 되었는지, 어떤 핵심적인 문법이 이 문장에 적용이 되어있는지 설명해줬다. 그 다음에 내가 다시 해석을 해주고 그걸 반복했다. 마지막으로는 단락별로, 그리고 전체 지문의 주제에 대해 정리했고 이 부분이 어떤 식으로 시험에 나오기가 좋다라는 말도 해줬다.
수업 준비를 하면서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나조차도 파악이 잘 되지 않아 ebs강의나 유튜브 강의, 아니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필기 노트를 참고하기도 했다. 보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내가 평소 애용하는 영어 문제집들을 꺼내 더 살을 붙여나갔다.
직전대비로는 전 범위에 나왔던 어법을 프린트에 정리해줬고 교과서 서술형 영작 다시 해봤다. 개인적으로 직전대비가 아쉬웠다. 더 좀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할 듯... 이건 나도 연구를 좀 해봐야겠다.
4. 숙제 (교재, 웹사이트 추천)
1) 교과서 숙제 - 백발백중 고등학교 영어 기출문제집 (출판사 : 백발백중)
★추천하는 것들 광고 절대 아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교과서 자습서 사고 평가문제집도 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더 정리가 잘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ABCD 요렇게 학기별로 책이 나누어져 있어서 가볍고 좋다. 나누어져 있는 만큼 다루는 문제도 많고 빈칸에 단어 넣기, 단어 순서 배열(영작) 등 워크북처럼 단계별로 학습하기에 너무 잘 되어있다. 서술형 파트도 따로 있어 여러모로 숙제 내기 좋음. 다음에 내신 대비를 해야 한다면 난 굳이 교과서 자습서는 안 살 것 같다. 어차피 저 책 안에도 핵심 설명 같은게 다 나와있다.
2) 부교재&모의고사 숙제 - 너른터, 와츄노, 황영카, 올바른선생님연합 공식카페
너른터(유료) : 문제 수가 어마어마하다. 문제 유형별, 지문 순서대로, 랜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지를 만들 수 있다.
와츄노(유료) : 너른터와 비슷한 사이트. 문제 유형별로 문제지가 있고, 디자인이 깔끔해서 좋다.
황인영 영어 카페(무료/유료) : 상업적으로 변질되긴 했으나... 여전히 무료로 좋은 자료 올려주시는 고마운 선생님들이 계신다.
cafe.naver.com/maljjang2/1181672
올바른선생님연합 공식 카페(무료) : 황영카보다는 자료 수가 많지 않아 보이지만 자료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편.
5. 학생의 성향에 맞춘 관계 형성 + 학생 격려하기
학생이 이전의 학원에는 정을 잘 못 붙였다고, 다정하고 재밌는 선생님을 원한다고 처음에 얘기해서 최대한 그런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했다. 급할 땐 수업만 빡빡 나갈때도 있긴 했지만, 시간이 날 땐 중간에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고 설명할 때도 관련 이야기를 얘기해주거나 비유를 드는 등 학생이 너무 지루하지 않도록 나름 노력했다! 나도 학생 때 생각해보면 선생님이 좋으면 왠지 관심없고 재미없는 과목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잘한 부분은 칭찬해주고, 쓸데없이 화내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방향성이나 핵심 포인트를 알려줄 뿐 결국엔 공부는 학생이 하는 거라 생각해서 편안한 마인드로 수업을 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된 듯하다. 물론 학생이 착해서 잘 따라와준 것도 있다... 내 학생 최고야ㅠㅠㅠ 학원에서 만난 악마들ㅎ에 비하면 이 친구는 정말 엔젤,,, 그리고 첫 학생이라 애정이 많이 갔는데 그게 학생에게 느껴졌던걸까? 학생이 숙제도, 단어 외우는 것도 웬만하면 절반 이상은 다 해왔다. 학생 성향이 느릿한 면이 있어도 다그치기보다 그 친구가 스스로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을 때까지 어느 정도 기다려줬는데, 그것도 도움이 된 듯하다.
과외로 내신 등급을 두 단계로 올릴 수 있었던 이유 총 정리
1. 학생이 이전에는 전 범위를 다 보지 못하고 시험을 쳤으나 과외하면서 함께 전 범위의 지문을 살펴봤다.
2. 지문 내용 계속 상기시키기. 계속 질문 던지기. 수업을 내가 계속 주도 X. 학생이 스스로 생각, 해석할 수 있게끔 하기.
3. 학생의 속도에 맞춘 1:1 수업 진행. 학원은 빠르게 진도를 나가고 아이들도 많으니 한명 한명 꼼꼼하게 봐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친구들과 비교도 되니 위축될 수도 있고. 학원과 잘 안 맞는 성향의 친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학생이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숙제를 착실히 잘 해왔다.
5. 학생과 친밀한 관계 유지하면서 수업이 지루하지 않게끔! 영어에 흥미 붙일 수 있도록 하기.
6. 단어 외우기 계속 강조.
7. 학교 시험지 분석 등...
개인적으로는 1번, 4번이 이번 내신 성적을 올리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 같다. 학생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정말 아쉽고 안타까운 실수를 해서 한 문제 차이로 이번엔 2등급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내가 잘 이끌어나가고 학생도 점점 영어에 대한 흥미를 붙인다면 다음엔 2등급, 1등급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젠 내신대비가 끝나서 겨울방학동안 뭘 해야할 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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